미국 쇠고기 수입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여러 모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 중 하나가 고객 관계 관리(CRM), 특히 고객 컨택센터(콜센터)의 중요성이다.
막대한 통신비 절감을 위해 콜센터 또한 IP 기반 네트워크로 전환하면서 시스코시스템즈, 어바이어 등이 IP 컨텍센터(IPCC) 솔루션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 시장의 터줏대감은 제네시스커뮤니케이션즈라고 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콜센터를 기술 이슈에서 접근하기보다 비즈니스 관점, 즉 기업의 고객 대응 전략에서 구심점이자 핵심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 타 벤더와의 차별점이다.
제네시스는 “고객이 기업과 접촉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 고객센터”, “고객센터에서의 불친절한 대응, 무성의한 상담, 떨어지는 대처 능력 등이 고객 이탈의 이유”, “숙련된 상담원의 배치와 상담원 이탈 낮춰야 고객 만족도 향상”, “고객센터에서의 경험이 고객이 해당 기업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결정”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 자사의 솔루션을 제안해 왔는데, 요즘 촛불집회의 한 지류로 등장한 특정 제품 불매 운동에서 이 제네시스의 메시지를 떠올리고 있다.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시민들은 일부 보수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며 폐간 운동을 벌이고 있고, 나아가 이 신문매체에 광고를 내는 기업들에게 항의 전화 및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매일 게재되는 광고에 따라 오늘의 ‘숙제’인 ‘칭찬’ 기업이 달라지지만, 두 곳의 기업은 광고 게재 여부에 상관없이 십수일 동안 보수 언론과 함께 뭇매를 맡고 있다. 한 곳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대형 유통업체이고, 다른 한 곳은 라면, 스낵류 제조 전문 기업이다.
특히 후자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하는 생필품이고 주부들이 주로 구매한다는 점에서 맹공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불매 운동이 확산돼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물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두 동참한 까닭이다. 덕분에 이 회사의 대안으로 떠오른 경쟁사는 때 아닌 매출 급증에다 주가 상승의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주장이 한 매체에 제기됐는데, 그 매체가 보수언론이 아니다. 보수언론이 광고주인 이 기업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 정반대 진영에 있는 한 진보 매체에 기사가 실렸다.
보수언론에 광고했다는 것이 이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의 시발점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뉴스 매체인 O지(誌)에 따르면 “이 기업은 기업들 중 가장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리만큼 신문광고에 인색”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광고는 “판매대행사에서 독단적으로 집행해 해당 기업에서는 광고 게재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불매 운동 초기에 나온 것이다. 그리고 광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하기엔, 다른 꾸준한 광고주 기업들과 비교해도 말이 안 된다. 이 기업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노릇인 거다.
그렇다면 왜 장기 광고주와 달리, 어쩌다가 자기 의지도 아닌 광고 집행으로 이 기업은 장기간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걸까.
시쳇말로 ‘촛불’에 ‘기름’ 부은 것은 해당 기업의 고객센터에 있다. 불만의 대상인 보수언론에 왜 광고를 집행했냐는 항의글을 기업의 웹사이트에 올리자 이 기업의 고객센터에서는 “우리가 진행한 광고가 아니지만” 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해당 언론의 뛰어난 광고 효과”, “해당 언론은 영원할 것” 등 약간 상식에 벗어난 답글을 달았다.
소비자를 훈계하듯, 소비자를 비아냥거리는 듯한 답글이 이미지 캡처돼 인터넷에 퍼지면서, 가볍게 응수한 댓가를 이 기업은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아마도 계약직이거나 아르바이트였을 한 상담 직원의 답변으로 이 기업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반감을 갖게 됐으며 기업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이 기업의 진정한 피해는 ‘매출’이 아니라 ‘호감도 추락’이자 ‘건방진 이미지’일 것이다.
고객센터와 상담원은 고객을 우리 기업에 대해 이미지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이자 결정타다. CRM과 지능형 콜센터 솔루션의 취지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